조수미와 강혜순의 ‘아리아리랑’
조수미와 강혜순의 ‘아리아리랑’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9.0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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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샘에서 두레박으로 맑은 물을 한 방울도 떨어뜨리지 않고 길어올려 마음을 적셔주는 조수미씨의 공연이 이번 주 울산서 열린다. 청량한 가을을 선사하리라 본다.

조수미씨가 나에게 자신의 옆자리에 앉으라고 권한 적 있다. 울산문예회관에서 사인을 받기위해 줄을 서 있는데, 아는 체를 해줬다. 그가 나를 아는 체 한 것은 2개의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일 것이다. 한번은 공연을 본 뒤 ‘맑은 샘물 긷기’에 대해 인상기를 쓴 것과 또 한번은 서울대 개교 60주년 기념콘서트를 TV에서 보고 촌평을 보낸 것 때문일 것이다.

TV에서 그때 내가 본 장면은 조수미씨가 푸치니의 ‘오, 그리운 나의 아버지’를 부를 때였다.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 첫 소절이 막 나가자, TV카메라가 관중석을 훑었다. 한 소녀가 눈물을 그렁거리는 장면이 화면에 가득 들어왔다. 음악에의 순수한 감동이 수정처럼 반짝이는 것이었다. 나는 이 장면을 잊지 못하고 조수미씨에게 다음 앨범을 낼 때 이 장면을 찾아 표지에 쓰라고 편지를 썼다. 이런 인연 정도였다.

나는 이번 울산 공연에 안갈 참이다. 왜냐하면 여왕의 외출이 너무 잦은 것처럼 느껴지지 때문이다. 그녀는 성악의 여왕 즉 ‘디바’ 칭호를 받는다. 그런 존재가 오락 TV에서 개그를 하고, 매니저에 끌려 상업적 나들이를 하는 게 싫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녀가 부른 가곡 ‘아리아리랑’을 몇 번 더 들으려 한다. ‘아리아리랑’에 대해 2개의 테이프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부른 것이고, 하나는 1996년 울산문화예술회관 공연때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부른 것이다

이 노래는 ‘아리랑’을 현대적 가곡으로 만든 것이다. 여러번 들어도 물리지 않는다. 이 아리랑은 길다. 5분 가량 연주된다. 아리랑 가사의 뜻은 알듯말듯하다. 가락은 긴 세월의 물결같은 비장한 느낌이 있다. 그러나 슬프지는 않다.

최고의 고음을 소화하도록 작곡된 이 노래를 울산에서 부르던 날 나는 그의 성대가 견뎌낼까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피아노 하나의 반주로 열창했다. 그 노래를 들은 뒤 오케스트라 반주로 취입한 테이프를 구했는데 요즘도 아리랑 정조를 느끼고 싶으면 한번씩 켠다.

조수미의 절창에 감사하지만, 그러나 노래에 대한 궁극적 찬사는 작곡가에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 그리운 나의 아버지’의 풍부하고 아름다운 선율에 대한 감사는 연주자 뿐 아니라 그것을 작곡한 푸치니에 더 많이 주어져야 한다. 작곡가들은 대개 그들이 작품이 널리 사랑받을 때쯤엔 타계하고 없다.

‘아리아리랑’도 마찬가지다. 이 노래를 작곡한 분은 안정준씨로 1996년 타계했다. 그는 전문 작곡가가 아니다. 아라비아와 아프리카를 다니면서 무역을 했다. 음악에 대한 특별한 애정으로 이 곡을 남겼다고 한다. 이역만리에서 사업을 하면서 ‘아리랑’의 정수를 나름대로 풀어보려고 만든 이 곡은 스웨덴 한림원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는 기념식장에서도 불려졌다. 참 걸맞은 연주라고 생각된다. 그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가 이어지는 이 노래의 선율은 우리 민족적 정서에 서구적 리듬이 결합된 느낌을 준다. 이 노래를 들은 서구인들도 공감했으리라 생각한다.

‘아리랑’은 지난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확정됐다. ‘아리랑’은 이제 인류적 정서로 기념되게 됐다.

‘아리아리랑’을 강혜순 울산시의원이 연습하고 있다고 들린다. 강 의원은 이탈리아 밀라노대학에서 성악을 공부했다. 요즘은 연주보다 의정활동에 열의를 쏟고 있다. 특히 중구의 구도심 부흥과 울산의 문예진흥을 위해 분주하다. 얼마 전 중구 동헌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에서 반짝 출연해 멋진 노래를 선사한 적 있다. 기부할 재능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가을이 다 가기 전 매주 금요일 동헌에서 열리는 작은 예술행사에서 그의 ‘아리아리랑’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한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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