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노조의 비범한 선회를 고대하며
현대차노조의 비범한 선회를 고대하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8.28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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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그 큰 힘을 지역사회의 의제를 푸는데 나누고, 나이도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현대차 노조의 나이는 이제 26세. 구성원들은 4만명을 넘습니다. 대군이지요. 마음 먹기에 따라 태산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대한민국 노동세력의 선봉입니다. 그 힘으로 전체 노동계의 의제를 끌어갈 수 있습니다. 또 여러분은 한 울산지역사회의 일원입니다. 지역사회를 일신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이제 이웃을 만족시켜주십시오. 여러분이 장성하기까지 질풍노도같은 행동을 지켜본 이웃입니다. 지역사회가 여러분에게 바라는 것은 태화강 정화, 구도심 부흥, 산업박물관 유치에 힘을 보태는 것입니다.

큰 평화를 뜻하는 이름을 가진 태화강은 현대차 앞에 흐릅니다. 여러분의 사업장은 배산임수를 이루고 선적부두가 바로 옆에 있으니 참으로 아름답고 좋은 입지입니다. 이 강에 여러분들의 노력과 봉사로 잘피가 자라는 광경을 상상해 보십시오. 330만여㎡(약 100만평)의 수중 보리밭을 연상하십시오. 잘피(Seagrass)는 서남해안에서 ‘진저리’라고 부르며, 바다에서 유일하게 꽃을 피우는 식물입니다. 물을 정화하고 물고기의 산란과 보육장 역할을 합니다. 선진국의 청소년 교과서에서도 이 식물을 복원하고 가꾸는 프로그램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귀중한 잘피 복원 사업을 여러분들이 하는 것입니다. 수중활동을 즐기는 동호인을 중심으로 심고, 가꾸는 일을 연차사업으로 이어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40년 전까지 현대차 앞 태화강 하구에는 잘피가 1천만여㎡에 자랐으나 멸종됐습니다. 절멸의 원인은 여럿 있지만, 현대차가 풍천장어가 우굴거리던 330만여㎡에 가까운 갈대밭을 매워 공장을 설립한 것도 한 이유입니다.

이미 현대차 환경관리팀은 태화강의 철새를 관리하고, 동남참게와 부전나비를 복원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이 팀들은 로드킬을 예방하는 일에도 나섰다고 들었습니다. 차를 만드는 회사 직원다운 태도라 봅니다. 노조와는 별개의 일이었죠. 대규모 노조가 참여한다면 효율이 얼마나 크겠습니다.

그리고 울산 중구의 구도심을 부흥시키는 일에도 주목해 보십시오. 여러분들이 한번 마음 먹고 그 동네에 가서 여러가지 문화사업도 참관하고, 여가도 보내는 프로그램을 실행한다면, 오가는 인적이 적어 아쉬운 곳에 윤기가 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이 읍성 둘레길을 산책하고, 한글사랑의 본거지인 외솔선생 기념관을 들리고, 매주 금요일 동헌에서 열리는 문화행사에 참석한다면 단박에 생기가 돌 것입니다.

어느 분은 노조가 정몽구 회장에게 건의해서 수도권에 설립하려는 자동차전시관을 울산에 가져오는 운동을 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합니다. 그리고 산업박물관 울산유치에 나서준다면 오죽 좋겠냐고 합니다. 산박은 여러분과 여러분의 선배들이 일궈온 역사를 담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자녀의 자녀들이 산업역사를 보고 영감을 얻어 정주영 명예회장을 꿈꿀 것입니다.

여러분은 청년으로 성장하기까지 지구의 자전축을 바꾼 주야 2교대란 힘든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 거대한 역류를 여러분이 바꿨습니다. 기계적 노동에서 인간적 노동으로 전환시킨 것입니다. 이 놀라운 변화를 이룩한 여러분이 이제부터 심기일전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나 지금 여러분은 과거의 관성에 매달려 있는 것으로 비춰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말만 들어도 노이로제 증상을 주는 ‘파업’을 이어갑니다. 여러분의 요구안 가운데 2년마다 한번씩 차를 35% 싸게 구입하겠다는 것과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자녀를 위해 보상적 비용을 받겠다는 것은 위화감을 줍니다.

시민들은 현대차 노조를 하나의 인격체로 봅니다. 장가 가서 가정을 꾸릴 나이가 된 청년으로 봅니다.

지구자전축을 정상으로 돌렸던 그 저력으로, 비범하게 선회할 것을 기대합니다.

<김한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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