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루판 가는 길
투루판 가는 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8.28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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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추를 말리는 모습.

신장위구르자치구 동편에 위치한 투루판은 실크로드의 주요 길목으로서 과거 중국과 서역을 잇는 화융(華戎) 교류의 국제도시다. 우리 일행은 신장의 성도 우루무치에서 열차로 이곳 투루판으로 향하기로 했다.

비수기라 수월하게 역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우리는 어두운 새벽부터 수많은 인파와 몸싸움을 해야 했다. 하지만 기차표에 적힌 신분증번호와 여권번호가 서로 맞지 않아 한참의 실랑이 후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최근 중국에서는 테러 방지 명목으로 승객들이 신분증을 지참하고 직접 표를 구매해야 하며 이때 기차표에 승객의 신분증번호가 입력이 되기 때문에 타인 명의의 표를 사용할 수 없다. 특히 최근 독립 시위가 끊이지 않는 이곳 우루무치의 기차역은 신분 대조와 짐 체크가 더욱 엄격해졌다.

중국에서는 가급적 일찍 열차에 입장해야만 열차 내에 자기 짐을 안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승객마다 커다란 봇짐을 한두 개씩 들고 타기 때문에 늦게 승차하는 경우 짐 놓을 곳이 없어서 안절부절 하기도 한다. 승객이 많으면 통로까지 엉켜 꼼짝달싹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역사에 들어서자 중국어와 위구르어 안내방송이 동시에 나온다. 히잡과 모자를 쓴 위구르족 여인과 남자들로 가득한 광경은 마치 중동 어느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루 5회 기도를 하는 관습 때문인지 대합실 이층 한 구석에서는 남자 두 명이 양탄자를 바닥에 깔고 신발을 벗고 올라가 기도를 하고, 일층에서는 가족 속에서 여인들이 손을 모으고 약식 기도를 한다.

기차가 새벽 어둠을 뚫고 출발하자 이내 여명이 밝아오면서 투루판 가는 길을 밝힌다. 끝없이 이어지는 검은 흙으로 덮인 황야, 흙집 그리고 풀을 뜯는 양떼들이 여행객들을 맞는다. 투루판 가는 길 내내 거센 바람은 지칠 줄 모른다. 가끔씩 이 길을 지나는 버스가 전복될 정도로 거친 바람이다. 이처럼 버려진 땅이었지만 최근에는 석유 매장량이 엄청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원유를 뽑아 올리는 시추작업이 활기차고, 풍력 발전을 위해 거대한 팬들이 장관을 이루며 펼쳐져있다. 황야 속을 달리면서도 때때로 천산산맥의 아름다운 설산, 그리고 맑은 하늘과 흰 구름이 조화로운 풍경을 만들면서 여행의 피로를 달래준다.

투루판은 사실상 바다보다 낮은 마이너스 해발(-154m) 지형이다. 그리고 여름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고 겨울에도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 건조한 날씨 때문에 황량한 들판에서 날리는 흙먼지로 구두는 항상 먼지 뒤범벅이 되기 일쑤다. 특히 6월부터 9월까지는 40도를 오르내리고 최고 50도까지 오르며, 겨울에는 영하 15도까지 내려간다고 하니 그야말로 사람 살기에는 악조건이다. 하지만 사철 내내 태양빛이 좋고 바람이 풍부해 태양열 에너지와 풍력 에너지 활용이 용이하고, 포도나 고추를 말리는 데는 그지없이 적합한 지역이다.

들판을 지나면서 보면 붉은색 물건들이 1m 가량 높이로 쌓여 끝없이 널려있다. 호기심에 자세히 살펴보니 바로 우리에게 낯익은 빨간 고추다. 태양 볕이 좋아 전국에서 이곳으로 고추를 말리러 오기 때문에 그 분량이 엄청나서 얇게 펼쳐두는 것이 아니라 쌓아놓고 말리는 것이다. 엄청난 분량의 태양초 더미를 원 없이 보면서 투루판 시내로 향했다.

20만 명의 인구가 사는 작은 시골도시 투루판에는 위구르인이 다수를 차지하고 이어서 카자흐족과 한족이 많이 거주한다. 위구르족 선조는 터키 계열이라 이국적이면서 인물이 출중한 편이다. 곳곳에 이슬람 청진사들이 보인다. 우선 위구르인들의 지혜가 담긴 인공 지하 샘물 길 카레스로 향했다.

<이인택 울산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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