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순리 간과해선 안돼”
“자연의 순리 간과해선 안돼”
  • 이주복 기자
  • 승인 2013.08.26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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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현 방어진 섬끝마을대책위원장
방파제 밑 수로 막아 오염 가중
확충아닌 항구매립 어불성설
▲ 섬끝마을추진대책위원장이 동진항 매립에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항구를 정비하고 시설을 확장하는 것은 봤지만 항을 매립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울산시 동구 방어동 섬끝마을추진대책위원장 오재현씨.

오 위원장은 40여년 전 방어진항을 정비할 때 주민들이 상진마을까지 가서 모래를 운반해오고 손수 합판을 붙여 콘크리트를 타설해 만들어진 동진항에 애착을 갖고 있다.

섬끝마을의 조그마한 포구 동진항은 당초에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포구지만 이 동네 주민 40여명이 힘을 합쳐 항의 형태를 갖추도록 축조했다고 했다.

당시에 몇 척의 작은 고기잡이배만 이 항을 이용했으나 이제는 요트를 비롯해 각종 어선들이 정박하고 있다. 물론 정박료를 별도로 받는 사람도 없다.

오 위원장은 어민회에서 동진항 매립에 합의했다는 말에 분개한다. “이 항을 만들고 보수할 때 현재 어민회 회원들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수십년간 이어오고 있는 ‘섬끝방파회’ 회원들이 땀 흘려 만든 곳입니다.”

오재현 위원장은 방파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다.

“큰 방파제로 불리는 세광중공업 3공장 앞 방파제는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곳인데 방파제를 확장하면서 기존의 방파제 밑으로 바닷물이 드나들 수 있는 수로를 모두 메웠고, 확장 구간에는 수로를 설치하지 않아 항구에는 퇴적물이 쌓이고 오염됐다”며 “일제강점기에도 방파제를 축조하면 항상 밑으로 물이 흐르도록 수로를 만들었는데 왜 수로를 막았는지 아쉽다”고 말했다.

외형적으로 방파제를 축조하면 완전히 막지 않아 해수가 교류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방파제 밑 수로가 없으면 내해와 외해의 교류가 이뤄지지 않아 퇴적물이 쌓이고 바닷물이 썩는다는 것이다.

동진항을 메우고 인근에 계류장을 설치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아직은 큰 태풍을 실제로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의 생각이라고 질타했다.

슬도 입구 계류장 조성에 대해 “이는 소형어선들의 접안을 어렵게 한다. 큰 태풍이 오면 슬도를 넘어 오는 파도도 많은데 사람들이 자연의 대단한 힘을 간과했다”며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 미약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임을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주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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