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 꼭 봐야할 ‘토레스 델 파이네’
죽기전 꼭 봐야할 ‘토레스 델 파이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8.1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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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네 그란데 산장에서 그레이 빙하 전망대에 오르는 길. 험하진 않았으나 재작년에 화재로 인근 숲들이 불 타, 앙상한 나무들을 보면서 걷자니 가슴이 휑해졌다.
파이네 국립공원에 발을 들여 놓은지 사흘째 되는 날 칠레노 산장에서 쿠에르노 산장을 거쳐 파이네 그란데 산장까지 가는 대장정이 시작됐다.

W 트렉의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프랜시스 계곡과 파이네 그란데를 탐험하기 위해서였다.

노르던 스퀄드 호수를 왼쪽에 끼고 돌았는데 길옆에는 이름 모를 들꽃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그 중에서도 노드롭이란 빨간 꽃이 유난히 많았다.

11월에 오면 더 많은 꽃들이 피어서 그야 말로 야생화의 천국이 된다고 한다.

쿠에르노 산장을 거쳐 이탈리아노 캠핑장을 지나 프랜시스 계곡에 도착했다. 계곡에서 준비한 샌드위치로 맛있게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프랜시스 계곡을 지나 파이네 그란데 까지 갔다 오려면 2시간 이상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여간 난감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파이네 그란데 산장까지 내려가려면 3시간 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일행을 이끌던 팀장이 우리를 둘로 나눴다.

파이네 그란데 정상까지 탐험하고 돌아오는 특공대팀과 바로 파이네 그란데 산장으로 내려가는 일반팀으로 나눴다.

우리 부부는 언제 다시 올까 싶어 특공대에 자청했다. 우리 외에 일행 중 3명이 지원했고 현지 산악 가이드가 특공대장을 맡아 우리를 이끌었다.

2시간 동안 화산바위 투성이 언덕을 서너 개 지나 드디어 파이네 그란데와 빙하가 그 모습을 확연히 드러냈다.

앞 쪽에는 파이네 그란데가, 뒤 쪽으로는 토레스 델 파이네가 버티고 서 있었는데 어느 방향으로 머리를 돌려도 암봉과 빙하와 폭포가 저마다 눈부신 자태를 봄 내며 서 있었다.

남쪽으론 아스라이 노르던 스퀄드 호수가 보이고 프랜시스 계곡의 숲들이 한 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정말, 그 웅장하고 기괴한 모습이 파이네 국립공원의 풍경 중 최상의 그림이었다.

영국 BBC 방송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10대 자연환경’ 가운데 이곳을 다섯 번째로 꼽는 이유를 알만 했다.

나는 파타고니아의 찬 비바람을 얼굴에 맞으며 쉴 새 없이 카메라를 돌렸다. 원더풀 파이네 그란데! 원더풀 프랜시스 계곡!

3박 4일의 W 트레킹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파이네 그란데 산장을 출발한지 2시간 만에 그레이 빙하 전망대에 올랐다. 가는 길은 험하진 않았으나 재작년에 화재로 인근 숲들이 불 타, 앙상한 나무들을 보면서 걷자니 가슴이 휑해졌다.

이방인인 필자가 가슴이 아픈데 이곳 사람들의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날씨까지 을씨년스럽게 비와 바람이 흩날려 마음이 더욱 스산했다.

그레이 빙하는 그 규모와 풍광이 웅장했다. 하지만 비바람이 세차게 뿌리기 시작해 서둘러 내려 올 수밖에 없었다. 하산해서 점심식사 후 파이네 그란데 선착장으로 내려갔다. 페와 호수에 하얀 물살을 가르며 흰 보트 한척이 도착했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에는 수많은 호수와 암봉과 빙하가 산재해 있는데 그 중에서도 페와 호수가 제일 크다고 한다.

우리가 탄 하얀 보트는 에머럴드 빛 호수를 가로 지르며 서서히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하얀 물결 너머로 옥빛 하늘을 이고 있는 토레스 델 파이네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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