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최고의 다리 이름짓기
울산최고의 다리 이름짓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8.07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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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하구와 울산항의 경계에 세워지는 다리의 작명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4가지 방안을 강구해 봤다.

역사적 인물을 부각시킨 자장교(慈裝橋)와 아산교(鵝山橋)를 비롯 자연생태와 지형을 감안한 웨일 시 브리지(Whale Sea Bridge) , 파이교(π橋)다.

우리는 태화강 하구에 걸치는 가장 큰 다리 이름을 ‘갑돌이와 을순이’ 식으로 지을지 말지 곧 결정해야 한다. 4천억원을 넘게 들여 짓는 다리 이름을 ‘울산의 큰 다리’란 뜻의 ‘울산대교’로 부를지, 아니면 좀 더 세련된 이름을 택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돌이’와 ‘순이’는 친근하고 부담없다. ‘울산대교’란 이름도 그렇다.

그런데 요즘 사람치고 옥동자 낳아 ‘갑돌이와 갑순이’식 이름을 붙이길 원치 않는다. 세련된 의미와 매끈한 발음을 지닌 이름을 찾는다.

나름대로 생각한 4개의 다리이름 의미는 이렇다.

자장교는 자장율사에서 따왔다. 자장은 태화강과 울산항과 인연이 깊다. 울산항의 문물교역사에 큰 몫을 차지한다. 대사는 해외 유학파다. 원효대사와 함께 당시로는 최고의 선진지였던 당나라에 유학가려다 원효는 중도 포기했고 혼자 갔다. 대사는 장안에서 학문을 익히고, 거기서 출판된 책을 울산항으로 보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효는 울산의 반고사에 머물며 울산항을 통해 들어온 해외서적을 탐독했을 것이다. 자장은 그 뒤 선덕여왕이 삼한통일의 어려움에 빠졌을 때 부름을 받고 돌아온다. 돌아온 장소가 울산항이다. 삼국유사에 반듯하게 적혀있는 사실이다. 돌아오면서 석가모니가 입던 옷과 진신사리를 가져왔다. 사리의 일부를 태화사에 안치했다. 이 땅에 불국토사상을 단단히 세울 보배를 가져온 것이다. 우리는 자장의 울산항 입항을 교량이름에 새겨 기념할 가치가 있다. 서울이 한강의 교량 한 개에 ‘원효대교’라 이름지은 것처럼.

아산교는 정주영 회장의 호에서 따왔다. 아산은 세계적 경영가이면서 울산과 뗄 수 없는 인물이다. 정주영학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 다리를 건너면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산업시설 대부분 범 현대계열사다. 현대자동차, 현대미포조선, 현대중공업이다. 아산의 이름을 딴 도로도 이 다리 인근에서 연결된다. 아산이 지닌 가치는 매우 크다. 울산시는 아산에게 교량이름을 헌정할 은혜를 입었다고 볼수 있다.

웨일 시 브리지는 고래바다 이미지에 맞췄다. 한자로 표기하면 경해교(鯨海橋)다. 옛 사람들은 고래가 노는 울산바다를 고래 경(鯨)자와 바다 해(海)자를 써 경해라 했다. 이 다리 아래 바다는 고래가 머물렀던 고대의 해역이며, 장생포포경기지가 있었다. 지금은 장생포고래문화관광특구다. 그리고 다리는 장생포고래공원 곁을 지난다. 고래공원 주변에 조명시설을 갖춰 거대한 고래문양을 보여줄수 있다. 그 반대편 염포공원의 산등성이를 마치 고래형상으로 다듬는다면 그것도 한 풍경이 될수 있다.

파이교는 좀 현학적이다. 파이(π)는 원주율을 뜻하며 그 값은 3.14다. 10원짜리의 둘레와 지름의 비율이나 500원짜리 동전의 그 비율이나 똑 같다.

태화강의 발원지에서 하구까지는 여러 개의 곡류가 연결돼 있다. 태화강공원과 선바위 앞 그리고 반구대 일대에는 9곡(曲)이 대표적이다. 태화강 곡선의 길이를 합친 값에 발원지에서 하구까지 직선을 잰 값을 나누면 3.14다. 이 사실은 몇 년전 영국 옥스포드대 한스 스톨륨 박사가 브라질의 사행천을 실제 조사해 확인, 네이처지에 실었다.

자연이 오랜 시간 빚은 강의 모습에도 원주율이 적용된다는 것을 확인한 이 논문은 주목을 끌었다.

어쩌면 느닷없지만, 세계 처음으로 파이교(π橋)란 이름을 태화강 하구의 현수교에 붙였을 때, 이 다리를 지나는 외국인 조차 자연의 기하학을 되새기고 구곡문화까지 솔깃해 할 수 있다. 또 파이데이인 3월 14일에는 봄나들이 겸 이 다리를 지나겠다며 관광객이 몰려올지 누가 알겠는가.

<김한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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