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증(中毒症)
중독증(中毒症)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6.17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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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에 중독되면 병이 된다. 병이 꼭 세균 감염에 의한 농(膿)이 생기는 것만이 아니다. 기억상실증도 병이고, 갑자기 말을 더듬는 것도 병이고, 치매에 걸리는 것도 병이고, 어른을 몰라보고 상스런 말을 뱉어버리고서도 반성할 지능과 용기가 모자라는 것도 병이다. 가족들이 주말에 야유회를 가기로 하여 도시락, 과일 등을 준비하여 조금 멀리 승용차로 떠났는데, 어머니가 예(例)의 중독증을 보이기 시작했다. ‘부엌의 다림질 대 위에 불 켜진 다리미를 그냥 놓고 왔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한두 번 있었던 일이 아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이런 강박증으로 인해 가족들 나들이를 여러 번 망쳤다. 그냥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날도 어머니는 소풍이고 뭐고 없다고 하며 집으로 되돌아가기를 강요하였다. 혼자 버스를 타고라도 돌아가겠다는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돈 내기를 걸었다. 분명히 다리미 불을 끄고 잘 보관해두고 왔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아니라고 우겼다. 내기 금액이 결정된 뒤 아버지는 승용차 운전석 의자 밑에서 다리미를 꺼내어, ‘이 다리미, 우리 것 맞지?’하였다(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이것도 일종의 화재강박증이라는 병이다. 주부들이 시장 보러 가다가 아파트로 되돌아와 문단속을 다시 하는 경우들이 있다. 가벼운 좀 도둑 강박증이다. 정신건강상 크게 걱정될 정도는 아니다. 세계적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도 정거장에 약 한 시간가량 먼저 가서 기차를 기다리는 ‘기차 시간 강박증’이 있었다.

문제는 정치권력 중독성이다. 중독증의 가벼운 상태, 조금 노력하면 끊을 수 있는 것부터 나열하면, 담배가 제일 쉽다. 다음이 알코올이다. 다음은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성(性)이다. 그래서 어린 아이도 납치하여 ‘거시기’를 하려고 한다. 성 중독이기 때문이다. 다음이 도박이다. 영화 ‘타자’가 도박에 중독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 다음이 마약 중독증이 다. 범죄 단체로 발전하는 지름길이다. 정말 끊기 어렵다. 마약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 노동운동 중독증이다. 순수한 노동운동은 본인의 사상과 가치관이 들어있는 일이지만, 중독성 노동운동은 자기의 큰 소리 한마디에 굽실거리는 사장을 보고 쾌감을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이 쾌감에 중독되면 어린 아들에게까지도 ‘OOO열사 일대기’를 읽어라. 공부할 필요 없이 너도 커서 노동운동하면 아버지처럼 살 수 있다고 가르친다.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중독증이 정치권력 맛을 본, 정치권력 중독증이다. 말은 정계은퇴라고 하지만 중독증 치료는 되지 않고 항상 권력의 허상에 휘말려 출마 공탁금이 없어도 미련을 두고 사기까지 친다.

지금 정치권력에서 물러나는 사람, 막 중독되려던 참이었는데 어찌 보면 잘 된 셈이다. 중독되었던 사람들, 이미 물러났다가 다시 중독되려고 도전했던 사람들, 이런 사람 밑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해본 사람도 마약 피우는 방의 구석에서 구멍을 뚫고 살다가 그만 마약에 중독되어버린 쥐새끼처럼 정치권력에 중독된 사람들, 어렵겠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당장 끊어야 한다. 권력의 쾌락은 짐승의 지배본능과 같은 속성을 갖고 있다. 우리 사람은 이런 본능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끊을 수 있다. / 박문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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