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도 못 잊을 페리토 모레노 빙하
꿈에도 못 잊을 페리토 모레노 빙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8.0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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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은 1천km~3천km 높이의 바위산과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크다는 호수 등 수 많은 호수가 있다.
페리토 모레노 빙하가 호수로 덜어지길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일행 가운데 유난히 털이 많은 한 사람도 필자 옆에서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있었다.

경남 거창에서 건설업을 한다는 이 사람은 부인과 둘째 아들까지 대동하고 왔다. 돌 수집이 취미라는 그는 텁수룩한 수염이 일품이었는데 그 모습대로 인간미가 철철 넘쳐흘렀다. 그의 부인은 미인인데다 산행도 잘해 주위에 인기가 많았다.

수능시험 치루고 참여했다는 둘째 아들은 우리 일행 중 나이가 가장 어려 일행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그 아이는 새와 벌레, 곤충에 관심이 많았다. 역사에는 남다른 일가견이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고 했다.

그렇게 일행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빙하가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와, 무너진다”는 고함 소리가 들렸다. 그 고함 소리에 필자는 쉴새없이 동영상을 돌렸다. 주변에서 연신 탄성 소리가 이어졌다.

‘페리토 모레노호’란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 빙하지역에 들어섰다. 현지 가이드의 주의사항을 듣고 난 뒤 우리들은 ‘아이젠’이란 특수 신발을 신었다. 통상 겨울 눈이 내릴 때 신는 산행용 아이젠이 아니라 현지에만 있는 크기가 대단한 특수 아이젠이었다. 일반 아이젠을 신으면 빙하지역에서는 그대로 미끄러져 특수 아이젠을 신는다고 했다.

눈이 시리도록 투명한 에메랄드 색 빙하산을 걸어갈 때 느끼는 기분은 정말 묘했다. 빙하가 녹아서 물이 고인 자리는 에메랄드 색이 더욱 짙었다.

그 옥빛 물을 마시고 싶어 한 웅큼 손으로 들어 올려 마셔봤다. 빙하의 파란 시원함이 가슴속 깊이까지 퍼져 나갔다.

한 시간이 넘도록 이렇게 환호성을 내지르며 우리들은 빙하 언덕과 계곡을 넘나들었다. 모두들 그 시간 만큼은 동심으로 돌아가 뒹굴며 사진을 찍어댔다. 설악산 공룡 능선을 처음 등정하고 나서 눈을 감으면 천정이 모두 공룡 능선의 파노라마로 느껴지던 기억이 되 살아났다.

아! 오늘 저녁부터 눈 감으면 이 페리토 모레노 빙하의 빙산과 옥빛 물과, 에머럴드 쪽 빛 언덕이 꿈에 계속 나타날 것만 같았다.

정말 잘 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모두들 탄성을 지르며 난리를 피운 뒤 위스키에다 빙하 얼음 조각을 넣어 한잔씩 마시고 나서야 꿈 같은 빙하 트레킹 막을 내렸다. 아디오스 모레노 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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