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못한다 안한다 하는 것만 골라하니 ‘대박’났다”
“남이 못한다 안한다 하는 것만 골라하니 ‘대박’났다”
  • 구미현 기자
  • 승인 2013.07.30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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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석 울주문화예술회관 기획팀장
연극인 출신에서 기획 달인으로… 드라마 친구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의 주인공
‘울주오딧세이’ ‘추억의 음악다방’ 등 빅 히트

공연홍수에 질린 시민에 이색 소재로 다가서

내일부터 시작하는 밴프영화제로 또 한번 기대

한 주가 시작되는 지난 29일 오전 울주군 범서읍 천상리에 위치한 울주문화예술회관에서 오만석(49) 기획팀장을 만났다. 그는 지난 10년간 울산의 문화를 다채롭게 변화시킨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다.

‘추억의 음악다방’, ‘울주 오디세이’, ‘세상에서 가장 긴 전시’ 등 그가 기획하면‘대박’이 났다. 틀에 박힌 문화 행사는 어디에도 없었다. 오씨가 보여준 기획은 항상 새로웠고 흥미로웠다. 그런 그가 이제는 영남알프스에 세계적인 산악영화제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도대체 그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요즘 밴프세계산악영화제 울주상영회(이하 밴프상영회) 준비로 정신없지 않나?

“그렇다. 딱 삼일 남았다. 그렇다고 해서 나 혼자 바쁜 것은 아니다. 함께 준비하는 식구들 모두가 정신이 없다.”

-기획이 좋다는 평판이 있다. 비결은?

“고마운 말씀이다. 그냥 이것저것 많이 해보는 거다. 기본적으로 남이 한 것은 재미가 없다. 다른 것, 남이 안 하는 것, 이런 쪽으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밴프상영회도 그렇게 구상한 것인가?

“맞다. 남들이 안한 것을 찾다보면 장소도 달라야 되고, 콘텐츠도 달라야 한다. 밴프영화제는 몇 년 전부터 산악인들로부터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때부터 억새밭이 펼쳐진 간월재 정상에서 상영회를 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

-기획 관련 공부를 했나?

“아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돼 있었다. 공연기획을 해도 울산전체의 판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이곳저곳을 수시로 다니면서 ‘아! 이 장소에서는 이런 게 어울릴 같다’란 고민으로 이어지게 되고 온라인상에서도 좋은 콘텐츠가 보이다 보면 ‘아 저거다.’ 무릎을 딱 친다. 씨앗이 가슴에 들어오면 계속 그 싹을 틔운다.”

-좋은 기획이란 뭐라고 생각하나?

“역발상이다. 예컨데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본다. ‘이거 되겠나?’라고 10명한테 물어봐서 10명이 다 ‘괜찮다. 될 것 같다’ 하면 그건 아니다. 차별성이 없고, 감동이 없다. 왜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중 9명이 ‘못 한다. 그걸 우째 하노’라고 말했을 때 그것은 도전해 볼거리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공연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다 똑같으면 재미없고 의미도 없다.”

-2010년 처음으로 선보인 ‘울주 오디세이’는 자연 그대로를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재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0년 이전에도, 그 이전에도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억새밭 간월재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했다. 단지 실행을 못했을 뿐이다. 당시 사람들은 산 위에 피아노를 어떻게 올릴 것이며, 차가 올라가다가 뒤집어지면 어떡하나 온갖 부정적인 의견으로만 가득했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면 아무것도 못한다. 평범한 생각을 뛰어넘은 기획을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저기서 저런 걸 하다니’하며 놀란다. 그래야만 사람들한테 어필할 수 있다.”

-울주오디세이나 밴프상영회나 관객들의 반응이 좋다.

“아주 좋다. 어떤 멋진 공연장 보다 훌륭하고 고풍스럽지 않나. 장소가 주는 힘은 이렇다. 그런 곳에서 잊지 못할 감동을 느끼면 오래간다. 처음 그곳에 올라올때는 천리길처럼 느껴진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산에 올라올때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로 끌고 가는 것일까 불만스럽게 생각한다. 고생스럽게 올라갔는데 딱 펼쳐진 풍경을 보는 순간 ‘야’ 감탄이 나오게 된다. 그럼 용서가 다 되는 거다.“

-간월재 풍경을 뽐내고 싶은 것처럼 보이는데.

“밴프영화제의 경우 울산보다 서울이나 부산에서 문의가 더 많이 들어온다. 안에서만 알리면 소용 없다. 외지사람이 관심을 갖는 콘텐츠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끌어당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밴프 마니아층은 형성이 돼 있는 상태라 홍보를 따로 하지 않아도 찾아온다.”

-홍보가 정말 필요가 없나?

“최상의 마케팅은 홍보나 판매가 필요없는 것이다. 자기가 필요해서 찾는 것이 좋은 마케팅이다. 예를 들면 맛집의 경우가 그렇지 않나? 맛집들은 광고 안한다. 서비스도 없다. 고집스럽게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승부를 낸다. 욕쟁이 할머니가 험한 말을 내뱉아도 맛집이라면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문화콘텐츠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울산에도 개성 없는 문화 행사가 너무 많다는 얘기가 있다.

“프로그램 같지 않은 프로그램, 변별력 없는 프로그램은 나부터도 관심이 안 간다. 콘텐츠를 그대로 베끼는 행사도 많아졌다. 이런 행사들은 사람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다 안 오면 인원을 동원을 하게 된다. 이미 진 행사다. ‘동원한다고 힘썼다’ 그걸 능력으로 쳐주는 분위기, 그건 잘못된 것이다.”

-본업이 연극배우다. 어떤 작품에 출연했나?

“2006~7년까지 울산에서 연극을 쭉 했다. 그 후 영화에 간혹 출연한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서 목사역으로 출연했고, ‘미인도’에서도 단역으로 출연했다. 지난해 개봉해 큰 화제를 모았던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에서도 얼굴을 비췄다. 또 곽경택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친구-우리들의 전설’에서도 수학선생으로 출연했다.”

-아 그 유명한 대사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의 주인공이었나?

(웃음) “나름 임팩트 있는 배역이라서 기억에 남는다. 참고로 현재 울산에서 촬영하고 있는 ‘친구2’에는 출연 안한다.”

-배우로서의 삶이 아이디어를 생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맞다. 나의 모든 아이디어는 일상생활 속에서 고민했던 부분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추억의 음악다방’은 2006년에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 싹을 틔운 아이디어다. 그 당시 아이의 졸업과 입학을 맞아 경제적으로 무척이나 어려웠다. 나와 같은 세대를 위로할 만한 뭔가가 없을까 고민하다 나온 아이디어였다.”

-취지가 굉장히 좋다.

“‘추억의 음악다방’은 제1회 문예회관 활성화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1등했다.”

-1등이라니, 최우수상 아닌가?

“정확하게 말하면 대상없는 최우수상이다. 이런 부분이 자기 삶을 진지하게 고민을 해서 나온 결과다. 고민이 얕으면 결과 또한 얄팍할 수밖에 없다.”

-최근 울산서 영화촬영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울산에 영상위원회가 없다. 곽경택 감독도 그 부분을 지적했다.

“울산을 홍보하는데 있어 영화촬영은 좋은 마케팅이다. 영상위원회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적극 공감한다. 영남알프스에 문화복합센터가 생기고 영화제가 개최되면 영상미디어센터, 영상위 등도 들어와야 하지 않을까. 점차 발전해 나가는 방법을 모색해야한다.

-울산 문화수준이 어느 수준까지 왔다고 보나.

“10년 전과 비교하면 양적으로 엄청 발전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10년 전에 나왔던 문화 불모지란 말을 여전히 하고 있다. 기획자 입장에서는 문화 불모지면 일하기가 참 좋다. 왜나면 할 것이 많거든. 모든 것이 조성돼 있으면 내가 할 게 뭐 있겠나? 아무것도 없으니까 ‘노다지’다. 건드리면 다 히트 칠 수 있다.”

-밴프 영화제 메인 포스터 디자인은 누가했나? 지역에서 열린 문화행사 포스터 가운데 가장 세련됐다는 평이 있다.

“한실장이라고 있다. 그 양반은 ‘갑 같은 을’이다. 나는 그 사람을 작업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로 인정한다. 이 사람의 창의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때문에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다. 디자인을 하던 연극을 하던 작업자, 예술가들의 감성, 자존감을 건들여서는 뭐가 안 나온다. ”

-예술과 행정의 밀고당기는 관계에 어려움이 없나?

“현재 대부분의 대한민국 예술에는 예산,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관(官)하고 뗄레야 뗄수없는 부분이 됐다. 문화기획을 하는 사람들은 관이 하자는대로 따라가서는 절대 안 된다. 무조건 달라져서도 안 되지만…. 요즘 기획자들은 줏대 없이 관이 요구하는데로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새누리당 김기현 의원이 최근 현행 문화예술의 범위에 다원예술을 추가하는 내용의 ‘문화예술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다원예술이란 말은 당신을 두고 하는 말 같다.

“그 법안이 정확히 뭔지 모르겠다 (웃음)”

-울주문화예술회관의 정체성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

“현대예술관에서 뮤지컬 대형 작품을 많이 하고 있고, CK아트홀은 연극소극장으로서 자리를 잡았다. 울산문화예술회관은 클래식한 공연을 많이 선보인다.

그 사이에서 우리 회관이 어떤 색깔을 가져가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그 팀들이 하지 않는 틈새시장의 작품을 가지고 와야 한다. 공간이 협소해서 대형 뮤지컬은 못한다. 이 공간에 맞는 공연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못한다고 해서 못하냐? 그것은 아니다. 울주 땅이 이만큼 넓은데….”

-구상하는 새 기획이 있나?

“내년에 가칭 가족행복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타이틀은 ‘울주에 가면 여자가 행복해진다’다. 타이틀을 받는 순간 바로 꽂혔다.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제목만으로도 뭐가 행복해질까 호기심을 유발하게 되지 않나?”

더운 날씨에도 그의 말을 경쾌했다. 설명을 하는 모습이 무척 즐거워 보였다. 오만석씨는 에너지가 넘쳤다. 남들이 안하는 것,남들이 안된다고 하는 것을 멋지게 해치우는 역발상이 그가 싱싱하게 살아가는 활력소인 것처럼 느껴졌다.

글·사진 구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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