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대상이 된 미술
탐욕의 대상이 된 미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7.25 20: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사의 세한도에는 많은 사연이 있다. 하루 아침에 자신을 외면하는 세상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과 상실감, 고통이 쓰며 있다. 그러나 모두 외면해도 제자 이상적과 좋은 벗은 떠나지 않았다. 그림에 담긴 뜻을 보면 간결한 그림이 국보가 된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일본인이 소장하고 있던 것을 돌려받은 손재형의 눈물겨운 사연도 남다르다.

다산의 하피첩도 그렇다. 다산이 오랜 세월 귀양살이를 할 때 부인 홍씨는 고향에서 혼자 집안 살림을 돌보고 있었다. 다산은 그런 부인이 안쓰러웠을 것이다. 부인이 보내 준 붉은 치마 조각에 글과 그림을 그려 집으로 보낸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연민이 담겨 있다. 이 하피첩도 개인 사업가가 고물상으로부터 우연히 구입했다고 하니 명품에 담긴 사연이 놀랍기만 하다.

미술품은 이렇게 작품 자체도 중요하지만 수집한 사람과 그림과 인연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특히 문인화는 더욱 그러하다.

조선시대 왕족이나 문인들이 작가를 후원하거나 좋은 작품을 수집하기도 했다. 한말 선비들의 심미안이나 컬렉션에도 유명한 일화들이 많다. 지금도 아무 조건 없이 박물관 등에 기증하는 아름다운 분들이 있다. 명품에 얽힌 사연들에 감동받고 수집품과 컬렉터들의 이야기에 또 감동받는다. 그렇다.

예술품은 작가의 손에서 창작되면서 한번 태어나는 것이고 그것을 느끼고 향유하는 감상자나 컬렉터에 의해서 재탄생한다. 그래서 미술품 수집은 예술을 향유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완성된 작품에 생명을 다시 불어넣는 것이니 소중한 문화행위라 한다. 그 자체가 가치가 높다는 말이다. 서민들이야 그냥 그림의 뜻이나 헤아리고 그 속에 담긴 사연에 감동받을 뿐이지만….(그것도 복사품이나 책 속의 사진으로 보면서 말이다)

몇 년 전부터 재벌들의 부정부패 사건에 미술품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미술품을 투기나 투자 정도의 대상으로 보았지 결코 수집가로서의 품위나 격식은 없는 것 같다. 그들 눈에는 미술품은 등기나 부동산처럼 등록할 필요가 없으니 부정한 돈을 은닉하기가 쉬웠을 것이다. 마치 컬렉션하는 것처럼 위장하기가 쉽다는 말이다.

또 비싼 미술품은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값이 내리는게 아니라 오히려 올라간다. 탈세나 부정부패의 목적으로는 안성마춤이다.

2007년의 리히텐슈타인의 그림 ‘행복한 눈물’ 사건이나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 사건 등 대형 비리사건에도 미술품이 등장했다. 과거에는 부정부패 사건에 금송아지나 금두꺼비, 달러 뭉치가 나왔는데 참 비교되는 일이다. 하지만 부정부패의 수단이 된 미술품은 무늬만 그림이지 실은 금괴나 다르지 않다.

다시 그림이 눈길을 끈다.

전직 대통령이 누구나 알만한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가지고 있다가 검찰에 압류당했다. 수백 점의 미술품을 재산 은닉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집 깊숙한 곳에 숨겨놓았던 미술품들이 연일 쏟아져 나왔다. 서민들은 압수된 350여점이 진품인지 짝퉁인지 가격이 얼마인지 관심이 없다.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그 분은 분명히 29만원 밖에 없다고 했다. 내야 할 추징금은 1천672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이런 사람이 미술품 수집의 참뜻이나 작품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수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자로 미술은 ‘아름다울 미(美)’ 자를 쓴다. 비자금이나 탈세를 목적으로 한 행위에 ‘아름다울 미’ 자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물론 돈이 문제지 미술품이 죄가 있는건 아니다. 다만 전직 대통령까지 예술품을 탐욕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말이다.

<김잠출 국장·선임기자>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