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미인(美人) 그리고 전쟁
새와 미인(美人) 그리고 전쟁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7.2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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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의 목마’로 유명한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헬레네(Helene)는 새알 속에서 태어난 경국(傾國)의 아름다운 여인. 신들의 왕인 제우스가 백조(白鳥)로 변신, 목욕을 하는 레다 왕녀(스파르타 왕의 비)와 관계해 낳은 새알에서 나온 딸이다.

미인은 과연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미인을 만들어내는 성형수술이 대세가 돼가지만, 누가 미인임을 결정할 수 있는가는 하나의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다. 완벽한 미는 어디서 오나. 예술과 미학의 영원한 숙제가 아닌가. 뛰어난 화가도, 영화감독도 아니고, 성형전문의도 아니고, ‘제 눈에 안경’이고 조물주의 알 수 없는 조화일 것이다.

‘뼈와 살의 미묘한 콤비네이션’이 만드는 미인이라는 물리적 기준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또 이 세상의 주류들이 인정하는 미인도 있고, 비주류에 속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미인도 있을 것이다. 겉보다 속의 마음을 보고,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남다른 심미안(審美眼)도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선남선녀(善男善女)만이 사는 세상이 아니다. 잡놈잡녀·시정잡배(市井雜輩)·탕남탕녀(蕩男蕩女)가 보는 미인도 있고, 옥골선풍(玉骨仙風)·대인군자(大人君子)가 인정하는 미인도 있다. ‘허리 아래는 다 무비일색(無比一色)’이라는 말도 있다.

이 세상의 모든 딸들, 모든 어머니들은 모두 미인이다. 따라서 모든 여성은 미인이므로 공주나 여왕처럼 대접받을 권리가 있다고 한다면 어설픈 페미니스트의 로망 섞인 주장이 될 것인가. 영웅호색(英雄好色)하고 누구나 미인을 좋아한다고 한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영웅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수컷은 거의 대부분이 호색한의 이기적 DNA가 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가 전하는 사연도 절반 이상은 바람기 가득한 신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들의 세계 역시 현실적이고 인간적이다. 또 집시 여인 카르멘과 왕비의 딸 살로메의 오페라 스토리 등은 남녀간의 ‘사랑과 전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示唆)한다.

달기-상(商)나라의 마지막 왕인 주왕(紂王)의 비. 주왕과 달기는 포락지형과 주지육림이라는 고사성어의 주인공들. 주나라 유왕(幽王)의 애비(愛妃)인 포사와 함께 중국 역사상 가장 음란하고 잔인한 독부(毒婦)로도 묘사되나, 용모가 선녀와 같고 아름답기가 비할 데 없으며 노래와 춤을 잘 했다고 한다. 달기의 실존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주나라가 왕조 창건의 정당성을 위해 주왕의 실정을 부각하려고 만든 상상의 인물인지 알 수 없다.

포사-포사는 뛰어난 미인이었으나 잘 웃지를 않았다고 한다. 주(周)나라의 유왕(幽王)은 포사의 웃는 모습을 보기 위해 엄청난 양의 비단을 찢게 했다. 비단 찢을 때의 소리에 포사가 즐거워했기 때문이다. 포사는 또 적의 침입을 알리는 봉화의 불을 보고 달려 온 장수나 제후들의 모습을 보고 웃었다. 그러자 유왕은 포사의 웃는 모습을 보기 위해 수시로 봉화를 올렸다. 처음 몇 번은 제후와 장군들이 왕을 돕기 위해 달려 왔으나, 나중에는 봉화가 올라도 그러려니 하며, 무시하게 됐다. 건융족의 침입을 받게 되자, 다급한 유왕이 봉화를 올렸으나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아 유왕은 결국 살해된다. 포사는 자살했다고 한다. 마치 ‘이솝 우화’의 ‘양치기 소년과 늑대’ 이야기와 유사한 웃지 못 할 꼴을 당한 셈이다. 남자를 움직이는 여인의 미모가 이런 결과도 낳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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