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 담배와 꿀밤 한 대
솔 담배와 꿀밤 한 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7.22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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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청소년시절 대학입시 실패로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던 일이 있다. 재수생이 됐다는 느낌도 있지만 입시준비에 열중한 것이 너무 아까워서였다. 그래서 담배라는 것에 손을 댔다. 그 당시 ‘솔’인지 ‘청자’인지 담배 한 갑과 성냥 하나를 사서 피우기 시작한 거다. 처음에는 어떻게 피우는지도 모르고 뻐금뻐금 거리며 피워댔다. 장난기 있는 친구가 그것을 보고 담배는 그렇게 피우면 안 된다며 깊게 한번 빨아 보라는 것이다. 그랬더니 머리가 빙글빙글 돌고 메스껍기 시작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그 당시 만병에 통치약인 가스명수(실은 위장약)를 사마시고 정신이 돌아와 생명을 구제했다. 이것이 필자의 흡연 초창기 투쟁모습이다.

그리고 장장 수십년을 피워댔다. 지금은 금연한지 5년차로 다행이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없이 튼튼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

대학에 들어간 후 수많은 삶을 지나면서 줄곧 흡연 애호가로 행세했다. 그 당시 사회분위기는 지금과는 달리 거의 흡연천국이었을 정도로 만연했다. 식당, 목욕탕, 영화관, 화장실은 물론이고 공원, 기차, 버스 안에서도 흡연할 수 있었으니 진짜 흡연 민주공화국이었다.

꽤 오래 전이다. 필자는 석사과정이 끝나자 운 좋게 강의를 많이 얻어 이 대학 저 대학, 강의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주 34시간을 강의했다. 용기 있고 에너지 넘치는 젊은 강사였던 것 같다. 그 중 어느 대학의 야간강의 10분 휴식시간이었을 때였다. “선생님, 담배 하나 얻을 수 있을까요?” 뜬금없는 질문을 받았다. 이건 무슨 소리? 기가 차고 혀가 차고 어이가 없어서 그냥 아무런 대꾸 없이 지나쳤다. 아무리 어리게 보이는 대학강사이지만 선생님한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때 가만히 참고 있었는지….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 누구의 잘잘못은 고사하고 훈계를 할라치면, 살기(殺氣)가 도는 세상이 아닌가? 가만히 둘 수밖에 없는 일인지….

최근 대구에서 일어난 ‘수박 패륜남’영상이 화젯거리다. 10대 후반의 청소년이 친구에게 “(사진을) 찍고 있나?”라며, 과일노점상으로 걸어가 수박 한 통을 집어 들고 몇 걸음 걸어가 발로 차서 산산이 부셔버린다 …. 기가 막힌다. 도대체 이게 뭔가? 개인의 ‘욕심’ 때문인가? 사회의 ‘방관’인가?

또 하나 이야기하자. 지난 5월말 순천에서 있었던 유사한 사건이다. 모 고등학교 학생이 흡연 등으로 학교에서 교내봉사 처분을 받았다.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자 노인시설 요양원의 봉사활동에 투입시켰다. 여기서 일어난 소위‘무개념 패륜아 고딩사건’이다. 즉, 할머니 환자께 반말을 하면서 모욕적인 행동을 SNS에 자랑삼아 올렸던 거다. 힘없고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에게 하는 말이다. “여봐라! 네 이놈! 당장 일어나지 못할까?”, “무릎을 꿇어라! 이게 너와 나의 눈높이다”라고 내뱉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장난삼아 친구들이 동영상으로 찍어 올렸다. 해괴망측한 짓거리다.

이번에는 경우가 좀 다른 프로 농구선수의 훈계사건을 보자. 농구선수인 그도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꽤나 문제아로 보냈다. 어느 날 학교 운동장에 있는 농구골대를 유심히 쳐다보고선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고 한다. 지금은 개과천선해 훌륭한 직업인이자 농구스타로 활약하고 있는데….

내용인즉, 서울 목동의 한 공원에 남녀 중·고등학생 5명이 오토바이를 몰고 와 담배를 물고 그들의 속어로 지껄이고 있었다. 그것을 본 그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머리에 꿀밤 한 대씩 쥐어박았다. 그것을 그들의 부모가 고발한 것이다. 판결 결과 벌금 백만 원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는 허탈한 사건이다. 그 농구선수가 폭력을 쓴 것은 잘못이지만 불의를 보고 훈계를 한 점은 대찬성이 아닌가?

참으로 세상이 무섭다. 불의를 보고도 훈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도덕과 인성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여러 장면을 보고 있으려니 정말 강력한 대책이 필요할 때다.

다시 ‘도덕 재무장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어떤가? 1938년 미국인 부크맨(F. Buchman, 1878~1961)이 런던에서 처음으로 제창했다고 하는 MRA(Moral Re-Armament) 운동 말이다. 다시 말하면, 인류문명을 물질의 힘보다 정신적·도덕적 힘이나 양심적·인격적인 힘으로 발전시키려는 운동 말이다.

요즈음 세상은 무엇이 바르고 무엇이 그른지 판단이 되지 않을 정도다. 그냥 자기가 하는 일만 하고 조용히 살아가면 되는 건지 심각히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세상이 무서워 말도 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누군가 반드시 훈계하고 교육시켜야 할 세상임에 틀림없다. 지금이야말로 기성세대가 뭉쳐 대처해야 할 때가 아닌가?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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