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는 도시 ‘살 맛’나는 도시를
‘정’가는 도시 ‘살 맛’나는 도시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7.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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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회)다양한 교통수단의 활용
지역 실정에 맞는 다양한 교통수단 마련으로
편리한 시민의 발·도시개성표현 역할 갖춰야
▲ 이스탄불의 노면전차.

최근 울산에서는 신불산 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폭염만큼이나 뜨겁다. 신불산 케이블카는 관광객을 위한 시설로 계획되고 있지만 남미의 콜롬비아에는 대중교통 수단으로서 케이블카를 도입한 메데린(Medellin)이라는 도시가 있다. 메데린시는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북서쪽으로 약230여㎞ 거리에 있는 인구 220만명의 대도시로 콜롬비아 커피의 명산지로도 알려져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 도시는 저지대와 고지대의 표고차가 수 백 m가 넘는 지형특성상, 고지대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교통이 불편했다. 이런 교통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메데린시는 2004년에 대중교통수단의 하나로써 케이블카를 도입했고 이 후 메데린시의 케이블카는 저소득층 주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대중교통 수단이 되고 있다. 이 케이블카의 수송능력은 1시간에 한 방향으로 3천명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 버스보다는 불리하지만 높은 표고차 극복과 저소득층 주민에 대한 복지 측면이 강조되고 있어서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일반적으로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케이블카가 지구상의 다른 곳에서는 대중교통 수단으로 성공한 것처럼 울산의 경우도 지역 실정에 걸맞는 다양한 대중교통 수단 도입이 요구된다.

광역시 유일 도시철도 없는 도시

울산은 우리나라 광역시와 특별시 가운데 유일하게 도시철도가 없는 곳이다. 더구나 수도권은 서울을 기점으로 남으로는 충청남도 천안, 동으로는 강원도 원주와 춘천까지도 수도권 전철의 혜택을 입고 있지만 우리 울산은 그렇지 못하다. 그만큼 국가에 의한 교통복지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평소 자가용을 이용하기 어려운 고령자들과 학생들, 어린이, 그리고 저소득층 주민에게는 특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울산도 계획상으로는 2018년이면 부산에서 울산을 거쳐서 포항으로 연결되는 동해남부선 복선전철 사업이 완료되면 전철도시가 된다. 그러나 이는 1935년에 개통된 도시 간 철도를 개량하는 것으로 120만 인구를 자랑하는 대도시 울산을 위한 진정한 도시철도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런 한편, 경전철 계획도 있었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때 까지만 해도 울산 경전철 계획이 공약으로 제시되고 그 전에 기본계획이 마련돼 있었다. 그러나 선거 당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형성되면서 이 계획은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울산에서는 경전철을 한창 반대하고 있을 때 일본에서는 여러 도시에서 시민사회단체가 경전철 도입을 적극 주장하고 있었다. ‘노면전차를 생각하는 모임’이라는 단체는 지금도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노면전차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을 보면, ‘노면전차와 LRT가 좋은데’라는 제목 밑에 “배기가스가 없어서 친환경적이고, 지상에서 쉽게 타고 내릴 수 있어서 고령자, 유아에게도 안전하며, 정시성이 확보되고, 지하철의 1/20이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건설비, 유럽의 경우 도심상업활동 활성화를 위해 부활”하고 있다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제시하고 있다. 이런 이점은 우리의 경우라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고 하겠다. 울산처럼 시내버스가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도시에서는 일반시민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도시철도 도입은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며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한 선결과제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했던 케이블카의 경우도 자동차나 철도가 들어가기 어렵거나 혹은 접근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곳이라면 도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울산의 경우 삼산동 태화강역에서 태화강을 따라 KTX울산역까지 이런 교통수단으로 연결된다면 명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정혁신도시에서 중구 시가지와 태화강 대숲, 태화강, 남산, 옥동을 거쳐서 울산대공원을 이어주는 것도 불가능 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콜롬비아 메데린의 경우도 남북의 골짜기는 철도가 달리고, 동서방향 언덕은 케이블카로 연결하고 있다. 꼭 이런 노선이 실현되지 않더라도 발상을 전환하면 다양한 해결책은 물론 새로운 도시 상징물을 만들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시 도시철도로 논점을 돌려 보자. 최근 뉴스를 보면 용인과 김해경전철 같은 경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도입을 했지만 당초 계획에 비해 이용자가 너무 적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결과가 나타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이런 실패 사례 때문에 울산 경전철도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에는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울산은 울산이지 용인이나 김해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시의 활력과 경쟁력을 위해서는 기본에 가장 충실한 전략이 특히 중요하다. 기본이란 시민생활을 위한 라이프라인 유지와 일자리 확보이다. 라이프라인에는 철도, 도로, 대중교통, 전기, 가스, 통신, 상하수도 등은 물론 쓰레기 처리도 포함된다. 이와 관련된 기반시설 도입이 늦어지거나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도시경쟁력은 작용하기 힘든다. 이미 도래한 고령화 사회와 봇물같이 쏟아지는 베이비부머의 은퇴를 생각할 때 도시철도 도입은 결코 빠르지 않다.

▲ 홍콩의 케이블카.
현재의 교통망 재조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양한 교통수단 도입 이전에 현재의 대중 교통망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정이 요구된다. 민간 시내버스 회사의 경우 시민의 발이라는 사회공헌을 하기 때문에 막대한 재정보조도 받지만 새로운 노선개발이나 경영합리화에 대한 노력은 미흡하다고 느끼는 시민이 많다. 울산은 지하철과 같은 도시철도가 전무하면서 광역시 승격 후 최근 10여년간 도시가 양과 질 모두 크게 성장했다. 그 결과 대규모 공공시설과 아파트단지가 도시 곳곳에 들어섰다. 이런 시설입지 변화에 대응한 대중교통시스템의 재구축 즉, 급행버스를 비롯한 간선, 지선, 순환 등의 위계를 갖추면서 도시의 공간적 변화를 이끌어 갈 시내버스 노선 조정 등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리고 동해남부선 철도가 복선 전철로 전환돼 완성이 되는 2018년에 대비해서 각 정거장 일대의 도시개발과 역을 거점으로 한 지역 간 연계 교통망 도입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한다. 이 철도가 완성되면 KTX울산역은 신경주역과 경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울산시 북구, 동구와 중구 일부지역 거주자의 경우 태화강역에서 불과 25분이면 도달하는 경주역이 울산역 보다 이용 편의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결국 울산시가지에서 KTX울산역까지 얼마나 빨리 그리고 편리하게 도달할 수 있게 하는 가로 모아진다. 모범답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미 가능성이 옅어진 울산시내-울산역간의 도시철도 도입이고, 다른 하나는 도심순환고속도로를 도입하고 이를 울산역과 직접 접속시키는 길이다. 현재의 울산-언양고속도로 확장과 울산역앞 톨게이트설치도 여기에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2004년에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이미 철도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철도는 선진국 가운데서도 우리나라처럼 국토면적이 좁고 인구가 많은 나라일수록 도입도 활발하고 이용효율 또한 높다. 울산의 경우도 2010년 11월에 경부고속철도 시대에 접어들면서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국가 철도망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울산 도시철도 도입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도시발전 전략의 기본이다. 이와 함께 도시 내부의 시민이동 편의 증진과 도시의 매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교통수단 도입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할 때 그 의미는 크게 높아 질 것이다.

* 2013년 8월 1일부터 6개월간 해외 대학에서 연구하게 돼 부득이 이 시리즈를 마치게 됐습니다. 그간 관심과 질정을 보내주신 독자제위께 감사드립니다.

<한삼건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울산교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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