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의원의 최근 발언
최병국 의원의 최근 발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8.06.1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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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야당시절엔 인물발굴 및 검증작업도 상대적으로 한계에 있었으나 책임있는 여당의 위치에서 새 인물을 수혈,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실현해 나가야 할 때다.”

한나라당 울산 남갑 최병국 의원이 2010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인적쇄신론을 피력하면서 던진 말이다. 최 의원이 갑자기 이런 화두를 들고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말을 곧이 곧대로 인정한다면 “집권당이 됐으니 참신한 정치 지망생을 발굴해서 지방자치 시대에 부응하겠다”는 평이한 수사어로 받아 들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지금까지 너무 안일했다.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 로 설명된다.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국회의원, 지자체장, 기초·광역의원 당선은 ‘떼어놓은 당상과 같다’는 인식이 지역민들 사이에 일반화 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말에 일단은 수긍이 간다.

지역 국회의원 6명 중 5명이 한나라당 출신이고 무소속으로 있던 나머지 한 명 마저 ‘여당행’이 초 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또 광역, 기초단체장 6명이 모두 여당 출신이고 광역의원 19명 중 15명이 집권당 출신이란 것을 생각하면 ‘물갈이론’ 이 나오는 배경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최병국 의원의 인적쇄신론에 불을 지핀 것은 지난 6.4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결과라고 보면 된다. 특히 한나라당이 후보를 낸 지자체장 6곳 중에서 경북 청도군수만 당선됐다는 사실은 그에게 경각심을 가져다 주기에 충분했다. 지금의 ‘촛불 정국’ 이 내년 전반기까지만 이어져도 울산은 다음 지방선거에서 여당 안정지역이 못 될 수도 있다.

지난 4·9 총선에서 ‘우향우’ 했던 지역민심이 대거 이탈된 상태기 때문에 만일 ‘노동계’가 기습을 해 오면 상황이 ‘좌향좌’는 아니라 할지라도 ‘중도’로 빠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런 상황을 종합한 최 의원이 ‘미쇠고기 파동, 촛불집회’로 이어지는 현재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택한 것이 ‘일단 새로운 것을 던져 분위기를 반전 시키는 것’ 이었을지 모른다. 아직 완전히 돌아 선 것은 아닌 ‘우군’을 다시 결집시키는 대안으로 ‘인적 쇄신론’을 던졌다고 보면 된다. 이번 ‘물갈이론’을 현실화 해서 향후 그의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하려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

지난 18대 총선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 공천 심사과정에서 그는 ‘불편한 분위기’를 여러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당내 3선 중진의원으로 원내 법사위원장 물망에 올라 있는 그 로서는 2010년 지방선거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만일 다음 지방선거에서 울산지역 한나라당이 미미한 성과를 거두게 되면 당내에서의 그의 입지는 좁아 질 수 밖에 없고 그것은 중진·다선(多選)의원 책임론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 것은 차후 국회의원 공천심사 과정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반면에 그의 말대로 ‘인적 쇄신’을 단행해 다음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 최병국 ‘국회의원 직’ 은 보장되는 수순을 밟게 되고 당내에서도 ‘원내대표, 당대표’를 넘보는 위치에 설 공산이 크다.

또 이번 ‘물갈이론’은 광역·기초단체장 및 의원들에게 미치는 최의원 자신의 영향력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직접 개입없이 새로운 정치 지망생을 발굴, 수혈하는 과정을 통해 지역정치권 속에서 그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위 ‘문하생’을 대거 투입해 지방선거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으면 다음 19대 국회의원 선거 이전부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도 했음직 하다.

/ 정종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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