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국제목판화전의 무지개 꿈
울산국제목판화전의 무지개 꿈
  • 구미현 기자
  • 승인 2013.07.0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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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에 한 획… 와서 보고 영감 가져가길
▲ 지난 5일 제 2회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문화예술회관 제1전시실에서 학생들이 목판화 제작 체험을 하고 있다. 김미선 기자
오는 10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2013 울산국제목판화페스티벌(이하 the Woodcut)이 시민들에게 문화적 자긍심과 자양을 제공하고 있다. 이 행사에는 적어도 7가지 가치가 돋보인다.

- 울산이 새 원조를 만든다

목판화전은 한국에서도 울산이 처음 시도했다. 두 번째 연속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참가자수가 늘고 있다.

중·일·미 3국 작가와 전문가가 참가했다. 예술에서 ‘처음’은 극히 중요하다. 먹음직한 과일만 그리던 시기에 벌레 먹은 과일을 처음 그리자 획기적 변화가 왔다.(세잔느의 사과) 1863년 프랑스 그림전에서 낙선한 작가들이 만든 ‘낙선전’은 미술사의 혁명이었다. 마르셀 뒤상이 1917년 ‘변기’를 전시장에 가져와 ‘샘’이라고 이름 붙인 뒤 새 미술사조가 탄생했다. 울산국제목판화전은 세계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갖는다.

- 깊은 예술적 전통을 이해한다

세계적인 목판화가 케이세이 고바야시씨는 이 전시회를 일본에서 열지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중국의 대표작가인 천치씨는 “전 작품을 중국에 가져가 전시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울산이 이 전시회를 연 것에 흔쾌히 동참하고 있다. 그들은 울산의 반구대암각화가 7천년전 형상을 새긴 역사를 존중한다고 했다.

그 기법과 정신이 이어져, 삼국시대 전란에 쓸린 백성을 위로하기 위해 많은 불서를 목판으로 제작했던 것(세계 최고 목판본인 무구광정대다리니경), 고려시대 대장경, 조선시대 삼강오륜도를 빚었던 역사가 그 언저리에 있다.

- 나무결이 만든 미학을 목격한다

전시장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전시된 중국 작가 천치의 물결을 표현한 작품 ‘Water NO.7’은 사진보다 정교하다. 물결의 출렁임과 볼륨을 단지 먹의 농도만 조절해 사실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달된다. 나무를 파서 그런 그림을 찍어낸다는 것은 신기에 가깝다. 고바야시의 작품은 극세밀화다. 금속을 파서 새겨도 만들기 어려운 기교를 보여준다. 김상구의 바다풍경들은 새기는 기교와 프린트된 색채가 목판화가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88인의 작가들이 만들어 낸 작품에는 목판화가 보여줄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보여준다.

- 여러분도 ‘울산을 찍을 수 있다’

주최 도시의 강점이 활용됐다. 외지 작가들이 울산의 풍경과 삶에 대한 해석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주제가 주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작가들이지만, ‘울산’이란 주제는 그런 기피성을 극복할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억의 ‘태화강 대곡천’은 대곡천에서 태화강의 하류까지를 한 눈에 볼수 있도록 압축했다. 고바야시의 고래 모습은 사라져 가는 자연에 대한 연민을 표현했다. 다양한 해석은 관람자들에게 스스로 울산을 어떻게 ‘찍을수 있나’는 의미있는 숙제를 준다.

- 전시작을 보면 영감이 떠오른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영감을 얻는다. 한 페이지나 한 줄에서 우리 삶에 잠들어있던 생각들이 언뜻 깨어난다.

즐비한 그림도 마찬가지다. 한 점 한 점 보다보면 각자의 마음속에 녹아있던 심상들이 잠을 깬다. 추억을 일깨우고, 상상을 자극받으며, 비약적인 발상을 얻기도 한다. 그러면서 ‘나도 뭔가 해봐야지’하는 충동을 받는다. 기업을 관리하는 CEO든지 각자의 삶을 결정하는 ‘자아’이든 자극을 통해 창조적 동력을 얻는다.

- 국제적 교류와 자극이 촉진된다

서울의 김억 작가는 전시회가 시작된 다음날 울산의 화랑 ‘아리오소’와 만났다. 울산에서 서울작가들의 전시회를 논의했다. 아리오소는 중구 구도심에 있다. 구도심은 서울 작가들과 교류함으로써 생기를 띄게 됐다.

미국에서 파사데나 시립 대학교 판화과 교수인 클라우디오 스티커씨는 울산에서 한·중·일 작가와 작품을 만난 것에 크게 고무됐다. 목판화가 뛰어난 동양 3국과 교류하면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울산전시회’가 계속된다면 다음에는 더 많은 작품과 작가들이 방문할 것임을 예고했다.

- 도시의 예술성이 깊고 넓어진다

서예가 김숙례씨와 김석곤씨가 이번에 목판화를 전시했다. 국제적 작가와 함께 작품이 걸리는 영예를 얻었다. 서예에서 일가를 이룬 작가들이 조각도를 들도록 자극한 것은 목판화전의 지속적 개최가 가져다준 가치다. 단조로움에서 변화를 추구했다. 그리고 예술가들의 마음 저변에 깔려있던 표현의 다양성을 충동질했다.

이런 양상은 앞으로 학생들이나 도안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연쇄적으로 자극할 것이다. 그것은 울산의 도시를 미적으로 다듬어지게 하고, 산업적으로 디자인을 활성화시킬 것이다.

구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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